미추홀구 빈집, 도시농장으로 가꾼다-최환 빈집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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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8-01 13:25 조회4,116회 댓글0건본문
미추홀구 빈집, 도시농장으로 가꾼다
청년들 '재생운동' 리모델링·작물재배 교육
구, 1197곳 활용안 용역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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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을 길러내는 '도시농장'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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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센터를 활용한 '빈집은행'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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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환 빈집은행 대표. |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현황 파악에 나섰다.
빈집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내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거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언덕을 10분 넘게 올라가면 비슷한 높이의 빌라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이 나온다. 수봉공원 남쪽을 차지하는 이 지역은 지난달 '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10년 가까이 추진된 사업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동네를 떠났고, 싼 월세를 내며 잠깐 머무는 대학생들과 남겨진 노인들만이 이곳을 지켜왔다.
집집마다 우편함에는 주인이 누군지 모를 명세서들이 가득 쌓여있고, 벽과 문 곳곳에는 떼지 않은 각종 광고 스티커들이 붙여져 있다. 골목마다 무엇이 담겼는지 모를 봉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고 빌라를 판다는 현수막만 매달려 휘날리고 있다.
인근 주택가에 사는 김모(72·여)씨는 "한 집 걸러 한 집마다 사람이 없다"며 "빈집에서 나오는 바퀴벌레나 악취로 옆집 사람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빈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인천시는 지난 11월부터 지역 내 빈집 실태조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상반기 동안 미추홀구에서 시범 조사가 실시됐다. 에너지사용량을 토대로 선정한 4471개의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군 관계자들이 7개월간 현장을 점검했다.
그 결과 미추홀구에서만 1197개의 빈집이 확인됐으며, 구는 이 빈집들을 활용할 계획 마련을 위해 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다. 시는 연말까지 인천 전역에서 조사를 마치고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빈집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예상하는 빈집 수만 2만1000여개에 이른다.
인천 지역 내 빈집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꼽힌다. 미추홀구 빈집 1197곳 중 66%인 800채가량은 재개발·재건축 지구에 포함된, 사실상 철거를 앞둔 건물들이다. 구에서만 현재 20건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전영미 서울대 협동과정 도시설계학 박사가 당시 남구 숭의동 빈집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서도 드러난다. 전 박사는 빈집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재개발을 꼽았다. 당시 숭의동1·3동은 재개발 사업 취소로 인해, 인천남중학교 인근은 재개발을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투자 심리로 인해 빈집을 소유 중인 이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다. 미추홀구의 실태조사에서도 대부분 소유주를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허위로 살고 있다고 하거나 진술을 거부하는 등 조사 응답을 대체로 거부했다. 현장방문과 통화 등으로 통해 10% 가량인 110명만 면담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문가들은 지역에 사는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으로 빈집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본의 마을 만들기 운동이나 영국의 근린지역 재생 운동 같이 지역 공동체를 살릴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며 "거주민들이 직접 거주 환경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시 재생'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추홀구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만드는 '도시재생공간' 만들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옛 용현 1·4동 주민센터를 활용한 '빈집은행'의 경우, 낡은 집들을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과 건축을 배울 뿐 아니라 도심 속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교육이 진행 중이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최환 빈집은행 대표 인터뷰 "매년 20곳씩 늘려 지역특산품 만들고파"
"저희에게 건축과 리모델링, 버섯농장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죠"
29일 최환(35) 빈집은행 대표는 미추홀구에 위치한 20곳의 빈집들을 활용해 버섯을 생산하는 도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임대주택 공간들이다. 비워두는 것보다, 청년들의 고용 활성화 수단으로 쓰자는 판단에서 '무상임대' 됐다.
이 같은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최 대표의 노력이 컸다.
당시 미추홀구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이사였던 그는 주민센터가 이전하고 남은 터를 활용하겠다며 직접 기획서를 작성했다. 이 기획은 행정안전부 '마을공방사업' 공모에 채택됐고 건축을 교육하는 '빈집은행'이 생겨났다.
최 대표와 친구들은 대학 시절 월세를 아끼기 위해 빈집 주인들의 양해를 얻어 빈집을 고쳐 생활해 왔다. 몸으로 익힌 리모델링 기술은 빈집은행의 기반이 됐다.
버섯도 마찬가지였다. LH에서 내준 '반지하' 방들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 중 가장 채산성이 높은 선택였다. 이는 미추홀구 곳곳에 '스마트도시농장'을 꾸리게 했고 '농장전문가'를 키워내는 교육으로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현재 20명의 교육생들이 3개월간 버섯 등 작물을 키우는 방법뿐 아니라, 유통·출하 등 '도시농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며 "연령이 다양한 학생들이 빈집에서 자라나는 버섯을 돌보며 실습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매년 20개소씩 농장을 늘려, 미추홀구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산품으로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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